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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신간

부리와 날개를 가진 동물, 어휘 속에 담긴 역사와 문화

편∙저자기유미 , 신아사 , 이선희 , 홍유빈 분야문화예술 조회수43
견우와 직녀를 이어준 까치, 하늘과 사람을 이어주는 독수리, 변함없는 부부 금슬의 상징 원앙, 장원급제를 의미하는 오리,
서신을 전해주는 메신저 비둘기, 하늘 최고의 사냥꾼 매……
그저 ‘조류’로 뭉뚱그리기엔 아까운 이야기를 가득 품고 있는 새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도서출판 따비의 『부리와 날개를 가진 동물, 어휘 속에 담긴 역사와 문화』는 한자어의 미묘한 차이와 그 복잡성을 고려한 국가 간 비교 연구를 통해 동아시아 삼국의 문화적 특성을 조명하고, 동서양 어휘 문화의 상호작용과 이에 대한 다양한 통찰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경성대학교 한국한자연구소 ‘어휘문화총서’ 네 번째 책으로, 아홉 종의 조류(鳥類)에 관한 다양한 어휘를 다룬다.

새들과 사람, 어떤 관계를 맺어왔을까

지금 한국에서는 닭과 오리 정도를 제외하고는 식량으로 이용하는 조류가 거의 없지만, 새는 오랫동안 인간에게 가장 가까운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그러나 그저 먹을거리로만 인식하기에는 조류의 종류는 너무 다양하고, 인간과 맺은 관계도 다면적이다. 예를 들어, 늘 우리 주변에 있어 가장 친근하지만 때로는 애써 지은 곡식을 쪼아 먹어 원망을 산 참새가 있는가 하면, 맹금류이지만 인간에게 사냥의 수단으로 부림을 당했던 매가 있다. 지금은 비록 도시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비둘기는 한때 그 귀소본능으로 인해 더없이 소중한 통신수단이었다. 화려한 깃털 색과 사람의 말을 흉내 내는 능력으로 인해 예로부터 귀한 대접을 받은 앵무새도 있다.
이런 새들이 각 문화권에서 받은 대접은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를까? 작은 참새는 한국에서는 귀리를 가리키는 한자어 작맥(雀麥), 어린 찻잎을 따서 만든 작설차(雀舌茶)처럼 작은 것에 붙이는 이름이 되었는데, 일본에서도 쥐꼬리만 한 월급을 참새의 눈물에 빗대 ‘스즈메노 나미다호도노겟큐[雀の涙ほどの月給]’로 표현한다. 동양에서는 견우와 직녀를 이어주는 다리를 놓기도 하고 반가운 손님이 오는 징조이기도 한 길조 까치는, 서양에서는 반짝이는 물건을 훔쳐가는 도둑으로 취급받는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새였고 히브리 신화에서는 노아에게 홍수가 끝났음을 알린 비둘기는, 현재 한국에서는 닭둘기, 쥐둘기라고 불리며 수모를 당하고 있다.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난다는 특징으로 인해 하늘과 땅, 신과 인간을 매개하는 존재로서 신성시되기도 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티베트족의 조장(鳥葬)이다. 티베트족은 사체(死體)를 독수리 등이 먹음으로써 사자(死者)의 영혼이 하늘로 올라갈 수 있다고 믿어 시신을 매장하지 않았다. 하늘을 날 뿐 아니라 물에 떠다니거나 잠수하기도 하는 오리는 천상계는 물론 지하세계와 교통하는 메신저로 여겨졌다. 영혼을 잘 인도하기를 바라는 부장품이었던 삼국시대의 오리 모양 토기, 한 바이킹의 묘지에서 발견된 오리발 모양 펜던트가 이를 잘 보여준다.

출처: 교보문고
전문가정보 DB 관리자
소속 : 국회도서관
등록 : 2024. 05.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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