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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신간

돌봄과 연대의 경제학

편∙저자낸시 폴브레 저자(글) · 윤자영 번역 분야가족여성 조회수60

2023년 노벨경제학상이 노동시장에서 성별 격차의 주요 요인을 발견한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에게 돌아간 것은 시대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주류 경제학인 신고전파 경제학과 이 대척점에 있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이 경제적으로 환산하지 않았던 여성의 비시장 노동을 경제학의 연구 대상으로 끌어들인 페미니스트 경제학의 성과에 대해 최초로 노벨상을 수여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주도권을 거머쥐기 전과 후 모두 여성은 참정권만큼이나 경제적 권리를 온전히 누리기 어려웠다. 여성은 주로 이전에 가사노동으로 불렸던 집안일에 특화되어 있었다.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성공하고 공장이나 다른 허드렛일터에서 여성이 일을 할 수 있게 되자 여성은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받아야 했다. 여성의 일이 남성의 일보다 덜 중요하거나 부수적이어서가 아니었다. 페미니스트 경제학자와 경제사학자, 여성학자에 의해 경제사 혹은 인류 역사 내내 여성은 젠더화된 경제 위계질서 안에 위치지어져 있었음이 밝혀졌다.

의미 있는 수상 소식이 답지한 즈음에 출간되는 낸시 폴브레(Nancy Folbre, 1952~) 메사추세츠대 경제학과 교수의 『돌봄과 연대의 경제학』은 골딘에게 노벨상을 안긴 학술 업적보다 급진적인 주제를 다룬다. 골딘 교수가 노동시장에 참여한 여성의 저평가된 임금노동을 연구했다면 폴브레 교수는 초기부터 자신이 ‘돌봄 노동’으로 개념화한 여성의 비시장 노동을 연구해 왔다. 페미니스트 경제학 발전을 이끌고 돌봄경제학을 이론화한 낸시 폴브레 교수의 이번 책은 ‘교차정치경제학’이란 명칭으로 기존 경제학 이론과 도구 들을 종합하면서도 뛰어넘는 새로운 경제학 이론의 필요성을 제시하며 그 틀과 내용을 선보이는 의미 있는 저술이다. “마르스크주의 정치경제학, 신고전파 경제학, 제도학파, 행동주의 경제학, 게임이론 등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경제학자로서, 문화의 영향, 시민사회와 정치 제도의 중요성, 집단 갈등과 전략적 행동, 이타주의와 의무/헌신 등 규범적 요소를 아우르는 전체론적 접근을 취한다.” 제도에 기반한 여러 차원의 사회적 불평등과 집단 갈등이 젠더, 인종/민족, 시민권, 계급 중 어느 한 축의 원인으로 환원되지 않으므로 교차적 접근이 요구되는 까닭이다.

왜 가부장제 체제를 분석해야 하는가
가부장제 체제란 “가부장적 권력 구조가 다른 집단권력 구조와 역사적으로 고유한 방식으로 중첩되고 교차하는 체제를 뜻한다.”(21쪽) 신자유주의가 맹위를 떨치는 동안 사회 분열이 극심해졌다. 생물학적 여성도 단일한 젠더 정체성으로 묶이지 않으며 근래에는 노동자 집단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개인과 집단은 다양한 제도에 기반한 복수의 집단 정체성을 띠고 상호작용한다. 그 복잡다단한 협력과 갈등의 동학에서 가부장제 체제는 뚜렷한 부상과 쇠락의 궤적을 그렸고, 최근에는 재부상의 조짐마저 드러내고 있다.

가부장제는 이데올로기와 문화 규범을 형성하므로 집단권력 구조의 쇠락이라는 장기 추이와는 무관하게 변화가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오늘날 부동산과 금융을 통해 양극화된 경제자산에 대한 통제력은 여전히 젠더화되어 있고 이 자산은 다시 권력을 지속시킨다. 가부장제는 약화되고 변화했지 망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역량에 투자하는 사람들의 권한을 박탈하고 특히 여성에게 불이익을” 안기다는 공통점을 가진 가부장적 제도와 자본주의 제도가 다시 결탁해 특권을 공고히 하려는 길을 차단해야 한다. 교차정치경제학은 약자 집단들이 이러한 불평등의 연쇄를 재생산하는 구조물의 생태를 총체적으로 들여다보고 폭넓은 동맹을 조직하기를 돕는 이론적 도구를 자처한다. 99퍼센트를 위한 페미니즘을 넘어 99퍼센트를 위한 정치경제학이 지속가능한 경제와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절실한 때임을 일깨운다.

 

출처: 교보문고

전문가정보 DB 관리자
소속 : 국회도서관
등록 : 2023. 12.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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