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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신간

언론자유와 정치철학

편∙저자손영준 분야언론 조회수149

언론자유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우리 사회에서 언론자유는 헌법 원리에 따라 만개한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의 소통 구조는 만성적인 불통 상태에 빠져있다. 말할 자유는 마음껏 누리는데, 서로 대화가 잘되지 않는다. 서로 간에 말이 통하지 않는다. 대화는 늘 평행선이다. 상대방이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대화 자체도 찾기 힘들다. 말이 통하는 사람끼리만 대화하는 소통의 편식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소통을 둘러싼 분열과 대립은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것이다. 소통을 둘러싼 우리의 갈등은 고착단계를 지나고 어느덧 위기 국면에 들어섰다. 우리 사회 소통의 위기는 곧 언론자유의 위기를 의미한다. 따라서 소통의 동맥경화 현상을 풀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소통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언론자유는 공염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언론자유가 보장됨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소통은 왜 잘 이뤄지지 않는가? 이 책은 이런 기본적인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소통과 언론자유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언론자유가 무엇인지 성찰하고 합당한 언론철학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소통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철학적 기반을 탐구한 것이다. 이 책은 좋은 사회, 이상적인 삶을 위해 우리의 언론과 소통이 어떤 규범적 원리에 따라 운영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언론철학(journalism philosophy)을 논의한다. 언론은 대개 현실적 측면과 규범적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 언론의 현실적 측면은 언론의 실제 작동행태를, 규범적 측면은 언론 원리의 정당성을 의미한다. 언론의 규범적 측면은 언론철학을 통해 논의된다. 언론철학의 내용은 현실 언론의 행태, 성격,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언론철학의 정립은 언론에 적절한 지침을 제공하고 또 언론을 발전시키는 데 불가분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언론철학이 지향하는 바가 분명하지 않으면 언론과 소통 구조는 길을 잃게 된다. 언론에 대한 규범적 지침인 언론철학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못하면 결국 남는 것은 언론 행위자의 자의적 운영과 사회적 갈등뿐일 것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에 합당한 언론철학을 모색하고 정립하기 위해서는 정치철학과 정치사상의 원리를 통해 언론의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언론철학을 정치철학과의 관련성 속에서 이해하려는 이유는 언론철학이 실제 정치철학에서 파생한 것이기도 하지만, 언론철학의 성격과 방향성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것이 생겨난 정치철학의 구조와 원리에 대한 종합적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언론철학만을 따로 떼어 논하는 것은 자칫 아전인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책에서 논의하는 것처럼 언론철학을 정치철학의 틀 속에서 살펴봄으로써 오늘날 우리 사회 소통 위기의 본질을 종합적, 거시적, 체계적으로 성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언론자유를 주제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언론자유의 문제를 법률적 해석의 문제로 보거나, 언론자유라는 협소한 틀 안에서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책은 기존의 연구와 달리 언론자유를 정치철학의 흐름 속에서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필자는 이 책에서 통해 우리의 소통 위기, 언론자유의 위기를 공공철학의 위기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공공철학은 공적이슈에 대해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철학과 사상이다.
우리 사회는 현재 개인의 자유(사적 자유)와 사회적 자유(공적 자유)가 강하게 충돌하고 있다. 사회적 자유는 구성원들의 자유의 평등을 의미한다. 이런 긴장관계를 해소하고 갈등을 치유할 방안은 결국 자유와 평등의 문제를 어떻게 조화롭게 풀어갈 것인가에 맞춰져야 한다. 우리에게 합당한 언론자유와 언론철학을 모색하는 것도 이런 문제의식과 기조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학시절 이후 필자의 연구주제는 정치 현상과 저널리즘의 관련성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데이터(data)를 이용한 양적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7~8년 전부터 질적 분석으로 연구 방향을 바꿔, 정치철학 관련서를 읽어나갔다. 그런 와중에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했다. 사회적 만남이 많이 줄었다. 연구실에서 정치철학 서적을 계속 읽었다. 내용을 정리해 학부와 대학원 수업에 일부 사용해 보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 책의 줄기를 잡았으며, 이 책에 수록된 일부는 몇몇 학술지에 게재하기도 했음을 밝힌다.
이 책은 자유지상주의, 평등주의적 자유주의, 공화주의, 공동체주의 정치철학을 다루었다. 이 정치사상들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대표적인 정치철학이다. 각각의 정치철학은 대표적 이론가인 로버트 노직, 존 롤스, 필립 페팃, 마이클 샌델의 철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살펴보았다. 그들의 정치 사상적 논의를 살펴보면서 언론자유와 언론철학의 내용을 정리하였다.

 

출처: 교보문고

전문가정보 DB 관리자
소속 : 국회도서관
등록 : 2023.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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